<생명과학과> 정연두 교수님이 연구하는 신경생물학
안녕하세요. 생명과학과 정연두 교수입니다. 저는 우선 생명과학, 특히 생물학이라는 학문 전반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부터 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어서 제 연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 후, 생명과학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이유를 간단히 밝힘으로써 글을 맺고자 합니다.
다양성과 통일성의 학문
생명과학(Life Science)이란 살아있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고전적 기초과학의 한 축인 생물학(Biology)을 핵심 분야로 해서, 최근 급속도로 발전된 테크놀로지 기반의 생명공학(Biotechnology) 뿐만 아니라, 융복합 기반의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등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과학 (Medical Science) 등이 모두 생명과학 학문 분야에 포함이 됩니다. 따라서 생명과학은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실용적 학문과 융복합 학문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매우 포괄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광범위한 분야 중 생명과학의 근간이 되는 기초 학문인 생물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고 볼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뿐만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 동식물, 그리고 인간의 맨눈으로 관찰이 불가능한 미생물들까지 생명체의 생김새, 크기, 능력, 생존방식 등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들에서 보이는 다양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가 생물학의 출발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다양한 생명현상들은 각기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 또한 공통의 메커니즘, 즉 통일성이 존재합니다. 이런 통일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생물학의 또 다른 주요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다윈이 제안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을 보이는 생명현상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즉, 다양한 환경의 자연에 의한 선택은 생명현상의 다양성을 유도하고,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 같음으로 인해, 겉보기에 다양해 보이는 현상들 속에서도 통일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통의 원리에 기초하여 미세한 변화의 축적을 통해 창출되는 무한한 다양성이야말로 생명체가 가진 가장 놀라운 능력이자 강력한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연두 교수의 초파리 연구자료
물리적 힘을 세포내 신호로 번역하는 이온채널 단백질: 청각의 분자적 기초
다음으로 제가 연구하는 세부전공 분야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고자 합니다. 저는 초파리(fruit fly; 학명-Drosophila melanogaster)를 실험동물로 이용하여 청각감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초파리는 생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모델 동물 중의 하나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명현상은 다양성 속에서도 통일성이 발견되기 때문에 모델동물을 이용할 경우 그 동물 고유의 독특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서 적용 가능한 공통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의 주요 연구대상인 청각은 소리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소리의 정체는 공기의 떨림, 즉 공기의 주기적 압축과 이완입니다(이것을 ‘음파’라고 부릅니다). 모든 동물이 귀를 통해 소리를 듣지는 않습니다. 특히 곤충들의 경우 다양한 신체부위에서 청각기관이 발견됩니다. 제가 연구하는 초파리의 경우 머리에 있는 안테나가 청각기관입니다. 비록 사람의 귀와 초파리의 안테나는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소리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유사합니다. 즉 음파라는 물리적인 힘을 세포내부의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 일종의 ‘변환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리적 힘을 받게 되면 이 변환장치는 특정 이온들을 청각수용세포 내부로 들여보내서 세포 내외의 이온분포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이온분포의 변화는 세포막을 가로질러 전하분포의 차이, 즉 전위차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이것이 세포가 인식하는 일종의 전기적 신호입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서 청각수용세포에 전달해 준다면, 소리가 없어도 소리가 들리게 됩니다! 이것이 ‘인공달팽이관’의 원리입니다. 즉 공기의 떨림을 감지하는 기계를 이용하여 그 소리에 대해 정상적인 청각기관이 만드는 전기적인 신호와 유사한 신호를 만들어 청신경을 자극해주면 청각기관이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저의 주요 관심대상은 음파 변환장치를 이루는 분자들의 정체와 이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물리적인 힘을 세포 내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가에 해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시각, 후각, 미각 등 다른 주요 감각의 경우, 감각변환장치들의 분자적 정체가 잘 알려져 있지만, 아직 청각 변환장치의 분자적 정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이온의 투과도를 변화시키는 단백질인 ‘이온채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이온채널이 그 역할을 하는지 아직 정체가 밝혀진 동물(사람 포함)은 없습니다. 초파리의 경우 TRPN과 TRPV라고 불리는 두 종류의 이온채널이 유력한 후보로 밝혀져 있는데, 저는 현재 초파리 청각감지에서 이 두 이온채널의 구체적 역할이 무엇인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사람의 청각감지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청각기관 중 하나를 모델로 하여 그 작용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여 하나의 완성된 청각감지 모델을 제안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들이 여러 동물에서 완성이 되면, 그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직접적으로 실험이 불가능한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통일된 청각감지 이론의 성립도 가능하게 해줄 것입니다.
생명과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시대
우리는 지금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가 유래없이 빠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과학의 발전 속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빠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교육이 당연히 요구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과 윤리에 끼칠 파장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여유도 주지 않고 생명과학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사이비 과학기술들에 현혹되기도 하고,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과학기술들이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출처 : 서울시립대신문(http://press.uos.ac.kr)
다양성과 통일성의 학문
생명과학(Life Science)이란 살아있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고전적 기초과학의 한 축인 생물학(Biology)을 핵심 분야로 해서, 최근 급속도로 발전된 테크놀로지 기반의 생명공학(Biotechnology) 뿐만 아니라, 융복합 기반의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등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과학 (Medical Science) 등이 모두 생명과학 학문 분야에 포함이 됩니다. 따라서 생명과학은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실용적 학문과 융복합 학문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매우 포괄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광범위한 분야 중 생명과학의 근간이 되는 기초 학문인 생물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고 볼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뿐만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 동식물, 그리고 인간의 맨눈으로 관찰이 불가능한 미생물들까지 생명체의 생김새, 크기, 능력, 생존방식 등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들에서 보이는 다양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가 생물학의 출발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다양한 생명현상들은 각기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 또한 공통의 메커니즘, 즉 통일성이 존재합니다. 이런 통일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생물학의 또 다른 주요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다윈이 제안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을 보이는 생명현상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즉, 다양한 환경의 자연에 의한 선택은 생명현상의 다양성을 유도하고,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 같음으로 인해, 겉보기에 다양해 보이는 현상들 속에서도 통일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통의 원리에 기초하여 미세한 변화의 축적을 통해 창출되는 무한한 다양성이야말로 생명체가 가진 가장 놀라운 능력이자 강력한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연두 교수의 초파리 연구자료
물리적 힘을 세포내 신호로 번역하는 이온채널 단백질: 청각의 분자적 기초
다음으로 제가 연구하는 세부전공 분야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하고자 합니다. 저는 초파리(fruit fly; 학명-Drosophila melanogaster)를 실험동물로 이용하여 청각감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초파리는 생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모델 동물 중의 하나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명현상은 다양성 속에서도 통일성이 발견되기 때문에 모델동물을 이용할 경우 그 동물 고유의 독특한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서 적용 가능한 공통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의 주요 연구대상인 청각은 소리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소리의 정체는 공기의 떨림, 즉 공기의 주기적 압축과 이완입니다(이것을 ‘음파’라고 부릅니다). 모든 동물이 귀를 통해 소리를 듣지는 않습니다. 특히 곤충들의 경우 다양한 신체부위에서 청각기관이 발견됩니다. 제가 연구하는 초파리의 경우 머리에 있는 안테나가 청각기관입니다. 비록 사람의 귀와 초파리의 안테나는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소리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유사합니다. 즉 음파라는 물리적인 힘을 세포내부의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 일종의 ‘변환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리적 힘을 받게 되면 이 변환장치는 특정 이온들을 청각수용세포 내부로 들여보내서 세포 내외의 이온분포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이온분포의 변화는 세포막을 가로질러 전하분포의 차이, 즉 전위차의 변화를 초래하는데, 이것이 세포가 인식하는 일종의 전기적 신호입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서 청각수용세포에 전달해 준다면, 소리가 없어도 소리가 들리게 됩니다! 이것이 ‘인공달팽이관’의 원리입니다. 즉 공기의 떨림을 감지하는 기계를 이용하여 그 소리에 대해 정상적인 청각기관이 만드는 전기적인 신호와 유사한 신호를 만들어 청신경을 자극해주면 청각기관이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저의 주요 관심대상은 음파 변환장치를 이루는 분자들의 정체와 이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물리적인 힘을 세포 내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킬 수 있는가에 해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시각, 후각, 미각 등 다른 주요 감각의 경우, 감각변환장치들의 분자적 정체가 잘 알려져 있지만, 아직 청각 변환장치의 분자적 정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이온의 투과도를 변화시키는 단백질인 ‘이온채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이온채널이 그 역할을 하는지 아직 정체가 밝혀진 동물(사람 포함)은 없습니다. 초파리의 경우 TRPN과 TRPV라고 불리는 두 종류의 이온채널이 유력한 후보로 밝혀져 있는데, 저는 현재 초파리 청각감지에서 이 두 이온채널의 구체적 역할이 무엇인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사람의 청각감지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청각기관 중 하나를 모델로 하여 그 작용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여 하나의 완성된 청각감지 모델을 제안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들이 여러 동물에서 완성이 되면, 그 다양성 속에서 통일성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직접적으로 실험이 불가능한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통일된 청각감지 이론의 성립도 가능하게 해줄 것입니다.
생명과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시대
우리는 지금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가 유래없이 빠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과학의 발전 속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빠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교육이 당연히 요구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과 윤리에 끼칠 파장에 대한 진지하고 심도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여유도 주지 않고 생명과학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사이비 과학기술들에 현혹되기도 하고,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과학기술들이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출처 : 서울시립대신문(http://press.uos.ac.kr)